【후마니타스】『복지한국 미래는 있는가-이해관계자 복지의 모색』(저자 : 고세훈) ★2007 후마니타스

2007/04/1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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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차례 


제1부 문제와 관점 : 왜 복지국가인가

01_왜 복지국가인가     

02_‘반(反)복지의 덫’에 갇힌 한국 사회     

03_민주화 이후 한국의 복지정치  

[보론1] 복지국가의 철학적 기초    


제2부 세계화와 복지국가 그리고 민주주의

04_노동정치, 민주주의 그리고 복지국가    

05_세계화와 복지국가 위기론     

06_정치의 복원 혹은 민주주의의 재창출    

 

제3부 한국 복지의 현황: 저발전과 해석                                                 

07_한국 사회의 빈곤과 불평등    

08_한국 국가복지의 저발전 현황  

09_저발전에 대한 이론과 해석    

[보론2]한국정치와 국가-노동관계: 역사적 소고


제4부 복지한국: 이해관계자 복지의 모색                                                

10_이해관계자 복지: 배경, 개념, 의의      

11_외적 민주화: 탈상품화와 ‘생산적 복지’  

12_내적 민주화: 기업지배구조와 ‘어두운 고용’  

[보론3]이해관계자 개념의 영국적 적용


제5부 결론: 복지국가의 미래는 있는가?                               

13_복지한국의 미래     

14_무엇을 할 것인가    

 

 

핵심 내용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 민주주의와 정치는 자본주의와 시장의 들러리로 전락한 지 오래다. 복지 관련 지출 규모는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일 뿐 아니라 제3세계의 평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회와 국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동안 시장 탈락자들의 소외와 고통은 깊어질 대로 깊어지고 있다.

복지국가의 발전이 성장이나 효율 같은 경제 논리를 반드시 전제해야 한다면, 복지국가는 애초부터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간 세계화와 사민주의의 쇠락, 복지국가의 위기와 관련한 논의가 가져다준 교훈이란, 진정한 의미의 계급 타협은 시장 자체의 민주적 제도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과거 사민주의적 타협이 국가의 민주화를 통한 자본주의의 교정이라는 개념에 입각한 것이었다면, 이제 사민주의는 시장 권력의 민주화라는 과제를 포괄해 냄으로써 공세적인 회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새로운 복지국가 개념을 정립하기 위해 기업 내부 중심의 종래의 이해관계자 개념은 기업 외부의 시장 탈락자들로 확장되어야 하고, 기업 내부 이해관계자들의 권리와 참여를 적극적으로 통합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민주화가 사민주의 정치의 재창출을 위한 중심적 화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할 때, 그때 민주화란 시장 경쟁에서 비자발적으로 밀려난 사람들을 위한 외적 민주화와 시장의 주 행위자인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시장 자체의 민주화, 즉 내적 민주화 모두를 포괄하는 것이다.

여전히 핵심은, 국가의 후퇴나 축소가 아니라 국가 역할의 재조정에 있다.”

 

 

편집자 서평


①복지가 선심성 공약으로 의례화된 나라

선거 때만 되면 어느 후보나 복지정책을 내놓는다. 이들에게 복지정책 공약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온정주의적 선심 정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칸트와 같은 자유주의 철학자조차 온정주의(paternalism)를 인간의 자유의지에 반하는 권위주의적 접근으로 이해했다. 하물며 데이비드 마르컨드가 “20세기 서구 문명이 낳은 가장 위대한 성취”라고 단언했던 복지국가적 관점에서 볼 때,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복지가 다뤄지는 방식은 너무 후진적이다.

복지는 혜택이 아니라 당연한 권리다. 고마워해야 할 수혜가 아니라 당당히 요구해야 할 사회적 시민권이다. 그러나 복지를 시민의 권리로 이해하는 국가의 출현은 자연스럽게 도래한 것이 아니다. 당연히 이 책의 시작은 복지를 둘러싼 개념적ㆍ이론적ㆍ철학적 투쟁과 복지국가의 발전을 낳은 “계급투쟁”의 역사에 대한 것이 된다. 저자가 요약하듯, “복지국가는 노동과 정치,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의 상호 작용이 만들어 내는 역동적 구조를 전제하지 않고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역사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지의 문제가 정치ㆍ경제적 핵심 문제로 다뤄지고 있지 못한 것이 오늘날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학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복지관 운영이 커다란 이권이 되어 버린 상황과 별다를 것 없이, 한국의 사회복지학계는 정부의 용역 과제나 프로젝트, 복지 인력 수급 구조를 둘러싼 이해관계 다툼으로 일관한 지 오래다. 복지 관련된 책의 대부분은 사회복지사 수험서들이다. 

복지를 시민권, 민주주의, 노동정치, 사회주의의 관점에서 진지하게 접근한 책을 좀처럼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복지의 개념부터 복지국가의 역사, 그리고 한국의 복지 현실, 나아가 과거 복지국가 모델에서 지속되어야 할 합리적 핵심과 개선되어야 할 문제점, 나아가 사민주의적 관점에서 개척 가능한 대안적 복지국가 모델까지를 제시한 이 책의 접근은 단연 압권이다.

 

 

②정직한 사회민주주의자, 고세훈

이 책의 저자 고세훈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일관되게 사회민주주의적 관점에서 말하고 써 온 학자이다. 한국에서 사민주의를 말하는 사람은 많아도 대개의 경우는 막연한 지향이나 선호를 드러내는 데 반해, 자신의 지향을 명료하게 사민주의라 정의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주장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사민주의 정당이 없는 현실 혹은 진보정당이 약한 현실이 가장 큰 원인이라 하겠다.

분명, 고세훈 교수는 한국 현실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진성 사민주의자이다. 오래 전 『영국 노동당사』를 집필했고, 최근 『페이비언 사회주의』를 번역했으며, 여러 형태의 논문과 에세이를 통해 민주주의와 노동 정치에 기반을 둔 사민주의 복지국가론을 끊임없이 변호해 왔다. 이번 책이 바로 한국에서 복지국가로의 길을 개척하고자 했던 그간의 작업을 집약한 대표작이다.

그러나 고세훈 교수를 단순히 사민주의자로만 말한다면 그에 대한 특징 포착에 있어 크게 부족하다. 무엇보다 지식인으로서 고세훈 교수는 “진정성”(authenticity)이 있는 사람이다. 그는 영향력을 추구하기 위해 활동하지 않으며, 자리를 탐하거나 유명세를 즐기는 사람이 전혀 아니다. 사회복지, 사민주의, 유럽 정치 관련 연구 단체들로부터 자주 초청을 받지만 대개 과도한 음주 문화, 진지한 공부보다는 학연과 영향력을 거래하는 채널, 혹은 몇몇 개인의 정치적 야심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목격하곤 이내 발길을 돌린다. 그는 진보적 지식인 대부분에 대해 혹독할 정도로 비판적이다. 진보적이기에 앞서 지식인답지 못한 사이비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③복지국가 위기론은 이데올로기!

이 책에서 그는, 스스로를 복지국가론자라고 내세우기에 앞서 한국에서 복지국가의 실현 조건을 위한 탐색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기 위해 복지국가 회의론을 격파하는 데 큰 열정을 보이고 있다. 복지국가의 이상은 사라질 수 없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복지국가 위기론을 내세우는 것은 사실상 이데올로기화된 신자유주의 혹은 부자들의 관점을 반복하는 것일 뿐이라는 게 이 책의 핵심 주장 중 하나다.

실제 복지국가의 전통을 만든 유럽에서 복지국가에 대한 대중적 지지, 예산 등으로 나타나는 복지 지출의 규모 등을 볼 때 복지국가는 건재하다는 것. 물론, 복지국가의 경직성 및 복지국가를 뒷받침하는 노동운동의 위축 등 여러 제약 조건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 말한다. 그러나 복지국가의 정치ㆍ경제ㆍ사회적 제 조건과 제도적 기반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것과 ‘복지국가는 끝났다’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이야기라는 것이다.

 

 

④여전히 중심은 국가이고 일국 단위의 국민경제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국가 중심의 모델은 끝났고, 또 세계화 시대에 대안은 일국 단위를 넘어선 뭔가에 있다고 주장한다. 혹자는 한미 FTA를 대체할 동아시아 지역경제공동체를 주장하기도 하고 호혜적 지역경제를 대안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이에 대해 고세훈 교수의 입장은 단호하다.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의 미래나, 인간 사회가 진보와 개혁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리이고 민주주의의 핵심은 인민주권이며 이는 일국 단위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제정치의 영역은 근본적으로 민주주의의 원리가 실현될 수 없는, 국가 간 외교 및 조정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국민국가와 정부 역할이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해 공격받고 취약해졌다 해서, 곧바로 민주주의와 경제의 국제화나 세계화, 지역화를 말하는 것은 현실을 제대로 대면하지 않은 채 회피하는 자세라 말한다. 사실 민주주의의 보편화, 인권과 자유의 세계화는 미국 네오콘의 신조인 것이 그간의 국제정치 현실이었다. 제대로 된 사민주의로서, 그의 주장은 강력하다.

 

 

⑤신정치학(New Politics)의 무책임성 비판

소수자 문제나 인종 문제 등 정체성의 정치나 환경 및 생태 정치에 대한 비판도 거침없다. 많은 사람들이 노동과 계급의 관점에서 문제를 보는 것은 이제 시대착오적이라 말하며 새로운 정치학을 주장하고 나선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전통적 노동-계급정치에 신정치학을 무매개적으로 병렬하는 것의 무책임성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계급적 질서 위에 서 있는데, 이를 대책 없이 봉합하는 것은 결국 기존의 계급 질서에 봉사하는 일이 된다는 게 비판의 요지이다.

노동 정치와 강력한 사민주의 정당의 적극적 역할 없이 복지국가의 전망은 무망하다는 사실을 저자는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⑥사회 투자 국가, 생산적 복지는 대안이 될 수 없어

이 책 전반에 흐르는 정조는 강한 현실 비판이다. 생산적 복지를 개척한 김대중 정부나 복지 예산을 늘렸다는 것을 자랑하는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도 저자의 비판은 통렬하다. 복지에 대한 민주 정부의 태도는 전혀 복지국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저자는 민주 정부의 정책 기조가 반(反) 복지국가의 경로를 향해 가고 있다고 본다.

나아가, 우리 사회 전반에서 평등과 복지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다룬다. 사회적 약자에 가혹한 문화적 불구성과 자본주의의 물신적 상품성에 점점 종속되어 가고 있는 사회 현실을 여러 전거를 통해 분석한다. 지배자의 심리를 수용하면서 스스로가 가해자가 되고 있는 우리의 심성 구조를 질타하는 그의 아픈 지적을 한국 사회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최근 유행하고 있는 “사회 투자 국가론”에 대해서도 매우 비판적이다. 뭔가 새로운 개념이나 담론이 나오면 쉽게 현혹되는 학계나 지식사회의 현실에 대해 비관하면서도 계속 자신의 말을 한다.

“국가복지의 탈상품화 수준이 매우 낮고 비민주적 기업 지배 관행이 고착된 우리 실정에 비추어 볼 때, 작금 유행하는 사회 투자 국가나 생산적 복지 등 개념들은 전통적 소비 복지를 생산이나 투자기능에 ‘복무’(服務)하게 함으로써 자칫 분배조차 시장 논리에 맞춰 조율되도록 만드는 반복지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런 개념들의 태동 자체가 기본적으로 복지국가의 수세적 재편 상황과 맞물려 있는 것들로서, 최소한의 소비적 복지 공여마저 부실하게 제도화되어 있는 한국적 상황과는 동떨어진 것들이다.”

그가 보기에 중요한 것은 국가와 기업의 최대 이해관계자로서 노동 중심의 복지다. 이를 위해 ⓐ국가에 의한 소비적 복지(탈상품화와 사회재계층화)의 수준을 높여야 하고, ⓑ적극적 노동 시장 정책을 통해 노동의 기능적 유연화를 강화해야 하며, ⓒ기업 지배 구조를 노동이 참여하는 민주적 체제로 개편하여 고용 보호를 통해 시장 탈락자를 최대한 줄임으로서 확보해야 한다고 본다.

 

 

⑦대안은 이해관계자 복지다!

저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사민주의 복지국가론은 주로 정부의 재정과 예산 중심의 소비적 복지였다. 지금 사민주의 복지국가론은 기업과 부자의 반격에 의해 도전받고 자체의 제도 경직성으로 인해 취약해졌다. 그러나 문제의 근본 원인은 사민주의의 원리를 정치의 영역에서만 국한하고 기업과 생산의 영역에서는 시장중심의 체제 원리를 그대로 방치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저자는 자본주의 생산체제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로 바꾸고 그 기초 위에서 사민주의 복지국가의 새로운 전망을 개척해 가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소비적 복지를 확대하는 기본적인 과제도 안 되어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 복지국가로의 길은 이중적 과제를 안고 있다고 본다. 즉 기존 복지국가로의 전망을 외적 민주화로 정의하면서, 기업과 생산체제를 이해관계자 체제로 바꾸는 내적 민주화의 과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확대하라, 국가의 정책 영역 안에서 최대한 확대하라. 복지정책의 영역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계층까지 충분히 확대하라,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기업과 생산의 영역 즉 지배 구조의 차원까지 민주주의의 원리를 확대하라, 시장과 기업을 민주주의에 친화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작업 없이 국가만 민주화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사회를 민주화하라. 분명 그는 민주주의를 끊임없이 확장하고자 하는 “민주주의의 영구혁명론”을 신념으로 갖고 있는 진짜 사회민주주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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