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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정당이라면 독자적인 노선과 정책이 있어야 한다. 서로 다른 노선을 가진 정당들이 경쟁해야 시민들이 분명한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정치참여도 늘리고 민주주의도 심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정당의 수만큼 노선이 다양하지 않다. 진보 정당은 미미한 세력으로 남아 있을 뿐, 주로 보수 정당 혹은 자유주의적 정당들이 차별성이 적은 노선을 두고 크게 싸우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제 노선상 별 차이가 없는 정당이 또 하나 탄생했다. 정치 의병, 정치 혁명, 트위터, 블로그를 거론하기도 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계승, 지역 균형발전, 한반도 평화, 인간 존엄의 교육, 복지 확대를 강조하지만 기존 정당과의 차이를 분별하기가 쉽지 않다. 국민참여당이라는 이름의 이 신생 정당은 그런 한계를 의식해서인지 자기의 존재 이유를 노선보다 당원 중심의 정당 운영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당원 참여 방법의 차이가 정당을 새로 만들 근거가 된다면, 같은 노선에 당 조직이나 운영방식이 다른 수많은 정당을 상상해 볼 수 있다.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노 전 대통령 계승을 주장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분열이 아닌 통합을 원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또 ‘노무현 정신’을 잇는 적자(嫡子)인 듯 주장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이름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이른바 친노 정치세력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당의 실질적 지도자인 유시민 전 의원이 얼마나 노무현 정신에 충실한지도 알 수 없다.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비치고 있는 그는 경기 고양에서 대구로, 대구에서 서울로 지역을 옮겨다니는 행적만으로 이미 국회의원 배지를 버리고 부산으로 가서 낙선한 노 전 대통령과는 다르다. 국민참여당과 유사한 개혁당을 만들었다가 해체하고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겨 출마, 국회에 입성하는 정치적 수완 역시 노 전 대통령과 다르다.
선거 특수를 겨냥한 정당이 얼마나 오래갈 것인가는 개혁당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이름 없이 사라져간 수많은 신생 정당의 역사가 잘 말해준다. 국민참여당만은 다를 것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창당하자마자 불거지는 민주당과의 통합론이 보여주듯 과거 민주당의 일부였던 이 당의 미래는 정말 알 수 없다. 이것이 자기 정체성을 갖추지 못한 정당에 대한 일반적 시선이다. 물론 국민참여당은 민주당이 야당 대안이 되지 못한 결과라는 점에서 민주당의 다른 얼굴이기는 하다. 그렇다 해도 또 하나의 야당이 왜 필요한지는 여전히 알 수가 없다.